반려견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보다 훨씬 빨리 흘러갑니다. 눈도 뜨지 못하는 꼬물꼬물 아기였던 게 불과 얼마 전인데 어느새 훌쩍 커서 듬직한 성견이 됩니다. 거칠 것 없어 보이는 왕성한 활동의 시기를 지나면, 서서히 움직임이 줄고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노화의 단계에 접어들지요. 사람 사이에서는 불가능한 신체적 나이의 역전을 반려견과 사람 사이에서는 흔히 경험합니다. 한참 어렸던 반려견이 몇 년 후에는 비슷한 연배가 되더니 급기야 봉양해야 할 노령견이 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국동물병원원협회의 ‘사람과 개의 연령 계산표’를 보면 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소형견은 9~10세, 대형견은 7~8세경부터 노화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반려견의 노화 현상은 사람과 비슷해서, 활동량이 줄어들고 털의 윤기가 사라지며 탈모가 생깁니다. 관절이 약해지고 난청이나 안과 질환, 피부염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커져 각별한 주의와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수의학 박사 코구레 노리오는 ‘내 강아지를 위한 질병 사전’에서 노령견 케어를 위한 열 가지 수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단차 없애기

둘째, 미끄럼 방지 매트 깔아 주기

셋째, 실내에서 키우기

넷째, 쿠션 좋은 잠자리 제공하기

다섯째, 산책을 시키되 싫어하면 강요하지 않기

여섯째, 바닥의 장애물 줄이기

일곱째, 자주 말 걸어 주기

여덟째, 식기를 상 위에 두어 목의 부담 줄이기

아홉째, 기생충 체크 자주 하기

열째, 바깥 공기 쐬어 주기

노화로 인한 신체적, 인지적 기능 저하를 막을 수는 없지만, 세심한 배려로 반려견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면역력을 길러 준다면, 함께 하는 기쁨을 더 오래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반려견과의 행복한 동행, 닥터뮨이 응원합니다.